1. 작품정보
개요: 드라마 / 넷플릭스 / 15세관람가 / 43편 / 시즌1 / 15세 이상 관람가
주연: 매기 지양, 통야오, 마오샤오퉁
2. 줄거리
화려한 상하이의 도시 불빛 아래 열심히 삶을 일구는 세명의 서른살 동갑내기 친구들.
일, 연애, 가족문제에 대한 것들이 서툴고 어렵지만 서로 좌절하지 않고 희망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우린 이제 겨우 서른이야!" 라며 서로가 처해진 삶을 그렸는데 어찌보면 나라와 모습은 달라도 살아가는 인생이 자신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게 된다. 편하게 연인끼리 볼 수 있는 드라마로 강력 추천합니다.
3. 관람평
미국드라마는 봤어도 중국드라마에 대한 인식이 나에겐 그닥 없었다. 또한 중국이란 나라 자체를 코로나때문에라도 좋지않게 인식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이 드라마를 보면서 중국드라마에 대한 생각과 고정관념이 바뀐 계기가 되었다.
그건 바로 <겨우, 서른> 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다.
상하이를 배경으로 세명의 여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다.
"여주인공 세 명이니 뻔하다고?"
그렇다. 원래 명작은 뻔한 설정에서 더 드러나기 마련이다. 괴기하고 기이한 설정에서야 어떻게 쓰든 창의적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뻔해 보이는 설정에서야 말로 작가의 능력치가 그대로 보이는 것 같다. 이 뻔한 설정에서 여주인공들의 각자의 고군분투가 매우 우리의 삶과 비슷하며 현실적이다. 주인공 세 명 모두에게 강하게 감정이입이 되고 그 흔한 고구마먹이거나 도덕교과서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없다. 신데렐라 스토리도 그렇다고 중국판 섹스앤더시티도 아니다. 그냥 상하이의 30살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그려냈다. 우리나라에선 서른 살이 어리지만 중국은 24~25살만 되면 결혼을 한다고 한다. 남자들도 군대를 안 가니 아마 결혼적령기가 더 낮고, 무엇보다 아직은 개발도상국이다 보니 결혼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많이 다른 듯 하다. 그래서 29살에서 30살이 되는 세 여성이 받는 압박감은 우리 나라로 치면 37~38살쯤의 여성들이 받는 압박감 정도로 보여진다.

[수퍼우먼 그녀의 이름은 "구자"]
중국에서는 장쯔이랑 닮은 외모로 과연 중국에서도 리틀 장쯔이라고 불리우는 배우라고 불린다.
엄마역할, 아내 역할, 친구역할 못하는게 없다. 남편과 하는 불꽃놀이 사업도 구자가 거의 다 일으킨 셈. 그렇지만 너무나 안정과 부를 추구한 탓일까? 올라가려다 보니 놓치는 게 생기고 거기서 수많은 고통이 찾아온다. 드라마 내내 구자 같은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딱 맞는 조언을 탁탁 내놓고 도움이 필요할 때 적재적소의 사람과 손을 내미니. 그런 생각을 하며 보았다. 똑소리 나고 부지런한 상하이스러운 여성. 어떻게 보면 나랑 가장 먼 성향의 여성캐릭터. 특히 한국식 신파나 가족원형주의(구관이 명관이지 식의 결론)로 가지 않고, 바람핀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아이와 함께 녹차밭으로 떠나는 모습이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
정말 보는 내내 가장 마음 졸이며 응원한 주인공이 만니였다. 집이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목표가 대도시인 상하이에서 떠밀리지 않는 것이라는 명품매장 직원 만니. 나 역시도 지방에서 서울생활이 잦았던 편인데 부유한 큰도시사람들 틈에서 부러움 반, 여기서 밀리고 싶지 않다는 초조함 반을 지니고 하루하루 지냈다. 또한 친구들과 헤어지고 어둑어둑한 고시원으로 돌아오며 다짐했던 게 나는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꼭 큰 도시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작은 아파트를 하나 해서 줘야겠다는 마음이였다. 그만큼 바다에 부표처럼 떠도는 큰 도시에서의 삶은 외롭고 거칠었다. 그럼에도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큰 도시의 이십대의 나에게는 가장 설레이는 유혹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겨우, 서른>이라는 드라마가 나에겐 더더욱 부유한 친구들 혹은 넉넉한 친구들 틈에서 악착같이 상하이에 남으려는 만니의 모습이 이해가 되었고 자꾸만 잘되길 바라게 되었다. 마지막에는 왕만니라는 캐릭터가 보너스를 받아 영국으로 유학을 가는 모습까지도 나에겐 인상깊었다.

3명 중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인다. 20대에 결혼해 큰 고민이나 목표 없이 살고 있는 중샤오칭. 남편과 매일 사사건건 부딪히는 모습이 공감도 되고 이해가 팍팍 되었다. 특히 확실히 중국여자들은 강하구나 느끼는 게 평소에 잘 웃고 잘 맞추는 중샤오칭도 자기 불만을 남편에게 다다다다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여자들이 평소 참 많이 참고 넘어가는 구나 싶은 장면들이 많았다. 옆에 남편도 공감능력 떨어지는 캐릭터이지만 또 이상하게 내 모습같기도 했다. 일일이 다 설명할 수도 없는 직장생활에서의 고단함, 열패감 같은 게 묘하게 이해가 되면서 그걸 이해 못하는 중샤오친도 또 미워할 수 없고. 아무튼 이 부부는 보는 내내 우리 부부와 비슷한 게 많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부부였다. 그래서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일반적인 중국젊은 부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중국드라마는 히어로물의 사극으로만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는 나의 개념과 정반대였으며 한국정서와 맞는 드라마인 것 같았다. 43화라는 긴 시리즈물인데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았으며 재미있게 봤었다. 또한 억지스러운 애정신이나 터무니없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1990년대쯤의 감성이라 더욱 그런 듯 하다. 상하이의 화려한 야경과 구자의 세련된 스타일, 만니의 꿋꿋한 정신, 중샤오친의 귀염성있는 모습이 자꾸만 넷플릭스를 켜게 만든다. 중국드라마에 대한 편견이 있으신 분들, 중국어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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